* 시작하며 .....
동물보호법에 동물장묘업이 명시되어 있고, 전국에 합법적인 동물장묘시설이 20여개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려동물 사체를 불법으로 땅에 매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죽을 경우 그 사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동물화장시설 설치를 두고 지역 주민과의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동물화장시설을 혐오시설로 생각하고 ‘설치 반대 운동’을 펼친다는 소식이 종종 보도됩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 동물장묘시설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으며, 불법으로 동물장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많은 게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동물장묘문화 개선을 위한 토론회도 열리고 있습니다. 이에 데일리벳에서 우리나라 동물장묘와 관련된 질문을 던졌습니다.
Q. 동물장묘와 관련하여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어떤 점이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할까.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장례서비스에 대한 보호자의 ‘불편함’이다. 반려동물의 평균수명을 생각해보면 반려동물 장례는 당연히 겪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두려움 때문에 관련 정보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다.
또한 장례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찾기 어렵고, 불법 동물 장례식장과 에이전시의 허위정보·과장광고로 장례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이 불편하다. 그래서 직접 찾기보다 죽음에 이르러서야 동물병원에 의존하게 되고 결국 반려동물 장례산업이 올바르게 성장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보호자의 불안에 공감하고 위로하며 구체적인 도움을 주는 역할이 그래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동물이 죽으면 여전히 불법으로 사체를 땅에 묻는 경우가 많고 불법적인 동물장묘시설도 있는 것 같다.
반려동물 장례에 대한 정보가 없다. 몰라서 불법으로 사체를 묻어주거나 장례를 치루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인터넷을 통해 몇 번 찾아보다 어려움을 느끼고 동물병원을 찾는 분들이 많다.
전국 25개소의 합법 반려동물 장례식장 정보를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www.animal.go.kr)에서 제공하고 있지만 보호자가 사는 지역의 동물장묘시설을 찾아보고 비교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게다가 도심에 위치한 불법 장례식장은 불법이라는 사실을 얘기하며, 싼 가격과 가까운 거리로 손님을 유도하기도 한다. 좋은 동물장묘문화가 정착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다. 장례정보가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 장례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Q. 동물장묘시설 설치 예정지역 주민들이 동물장묘시설에 반대하며 갈등이 유발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은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반려인이라면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여러 시각의 차이도 존중해야 한다. 비반려인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지역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장례시설의 디자인이 필요하고, 동물장묘시설의 필요성에 대한 반려인과 비반려인간의 지속적인 대화와 이해의 노력을 통해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중앙정부 또는 지자체 차원의 공공 동물장묘시설 건립에 대한 얘기도 계속 나온다. 공공 동물장묘시설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은?
2013년 한국소비원(반려동물관련 소비실태 및 개선방안, 김선희)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장례비율은 30%미만으로 조사되었다. 이 통계의 의미는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는 반려인의 비율이 낮다는 증거이다. 이것은 반려동물인구가 천만에 이르고 펫산업의 양적인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반려동물 문화는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게다가 최근 유기, 학대를 포함한 사회문제, 일부 반려인의 에티켓 부족 등 반려동물로 인한 각종 사회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중앙정부 또는 지자체 차원의 공공 동물장묘시설의 건립은 자칫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물등록제의 정착과 반려동물에 대한 세금문제 등 반려인으로서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다 해야만 공공장묘시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Q. 동물등록제 정착을 위해서도 동물장묘업이 중요하다는데 어떤 의미인가.
동물등록제는 반려동물을 사회적인 관점에서 관리하겠다는 의지이다. 그런데 현재 반려동물의 등록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사망에 의한 말소에 대한 규정은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지난 국회토론회에서도 이 점을 강조했고, 동물등록제 말소 시 동물병원의 사망확인서와 동물장묘시설의 장례확인서를 첨부하는 것을 건의했다. 동물등록제의 정착도 필요하지만 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도 중요하다.
Q. 동물장묘업에 대해 잘 모르거나 막연하게 안 좋은 인식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반려동물은 예뻐서 사는 인형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무섭고 두려운 일이지만 반려동물의 관점에서 보호자는 세상의 전부이다. 반려동물의 입양을 결정하면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반려인에 대한 비반려인의 따듯한 시선과 이해를 부탁드린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통해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