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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동물 장묘시설, 우리 마을엔 안 돼”…곳곳 갈등
입력 2020.02.04. (08:32) 수정 2020.02.04 (09:29)
[기자]
반려동물 인구 천 만시대입니다.
이러다보니까 최근에 새 문제가 생겼는데요,
바로 반려동물 장묘시설 문제입니다.
장묘시설은 필요한데, 정작 설치할 곳은 마땅치 않은 겁니다.
특히 설치가 예정된 곳은 주민들과의 갈등이 적지 않아 사회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데요.
대체 어느 지경인지 뉴스따라잡기에서 현장취재했습니다.
지금 바로 보시죠.
[리포트]
충북 옥천군의 한 마을입니다.
마을 곳곳에 동물 화장장 건립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강대우/해당 마을 주민 : "들어오는 관문이에요. 입구란 말이에요. 입구에 이런 혐오 시설이
있으면 그래서 우리 이원면 주민들이 더 안 좋아한 거죠."]
[김평중/해당 마을 주민 : "화장장 시설이 밖에, 야외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동물 화장을
할 때 그 분진이라든지 그게 전부 다 저희 농경지에 떨어지게끔 되어있어요."]
동물 화장장, 도로변에 있습니다.
이 곳은 원래 음식점이었는데요.
2년 전, 건물주가 바뀌면서 동물 장묘시설로 허가를 신청했는데,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립니
다.
[허범욱/해당 마을 주민 : "주민들한테 무슨 상의도 없이 아무 예고도 없이 그냥 군에다 (신
청)해서 덜컥 허가 났다고 하니 진짜 우리 농가들을 너무 무시하지 않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주민들은 특히 과일을 주로 재배하는 이 지역에 화장장이 들어서면, 생계에 큰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최경옥/해당 마을 주민 : "화장터 옆에 과일 농사를 짓는 지역이라고 하면 누가 사 먹겠냐는
얘기죠. 꺼릴 거 아니에요."]
주민들은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화장장 저지에 나섰고, 지역 군청은 화장장 허가를 불허했습
니다.
화장시설이 건물에 위치해야 한다는 조항을 어겼다는 이유에섭니다.
[옥천군 관계자/음성변조 : "화장 시설이 이게 건물 밖에 있어요. 이게 영업장은 건물이어야
된다는 규정에 명백하게 위배되거든요."]
하지만 화장장을 관리하는 측은 행정소송에 나섰고, 법원은 업체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런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역 민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군청은 항소를 준비하고 있고, 주민들 역시 물러서지 않는 분위깁니다.
[김대헌/해당 마을 주민 : "끝까지 저지하는 거로 그렇게 주민들이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는
데까지는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부산 기장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장군에선 무려 세 마을이 장묘시설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이 마을은 전원주택 단지와 야구장, 골프장이 인접해 있는데요,
동물 장묘시설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은 극렬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박영기/해당 마을 주민 : "깊숙한 산속이나 이런 데 설치하면 별문제가 없는데 우리 주변에
불과 4~500m 거리에 지금 이런 시설이 들어선다는 것에 마을 주민들로서는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 군청은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았지만, 장묘시설 측이 소송에 나서 승소했고, 시설 건립
을 앞두고 있습니다.
[박영기/해당 마을 주민 : "고등법원에서 패소함과 동시에 기장군청에서 건축 허가를 내줬습
니다. 그래서 지금 (업체에서는) 건축을 하려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하는 단계입니다."]
미역, 다시마가 특산품인 인근의 또 다른 마을에서도 주민 반발, 거셉니다.
[김경영/해당 마을 주민 : "화장장이 들어선다면 분진이라든지, 물이 여기 하천이 한 군데뿐
인데 (분진 섞인) 그 물이 청정 해역으로 내려오니까 미역 다시마가 오염이 안 되겠나 싶습
니다."]
[오영고/해당 마을 주민 : "우리는 안 들어오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사생결단으로 못 들어오
게 막을 겁니다."]
일부 마을에선 장묘시설이 있어도 운영을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인가밀집지역에서 300m 떨어진 곳에 동물 장묘시설을 건축해야 한다는
법규에 위반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해당군청에선 영업 등록 허가를 반려했고, 장묘 시설 측이 소송을 제기한 상탭니다.
[김성철/해당 마을 주민 : "마을에서 직선거리로 200m 정도고 바로 화장장 주위에 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러면은 알게 모르게 농민들이 피해를 보거든요."]
전국의 동물 장묘시설은 42곳.
그 중 18곳이 경기도에 몰려있습니다.
주민들의 반발과 달리 동물 장묘업계에선 염려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조용환/한국동물장례협회 회장 : "분진이나 악취 등 환경오염에 대한 걱정은 안 하셔도 됩
니다. 사람들 화장시설과 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정부 기관에서도 철저히 관리 감독하고
있습니다."]
되풀이되는 갈등을 막기 위해선
주민들을 안심시킬 확실한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우대/서정대 애완동물과 교수 : "동물장묘에 대한 당위성과 인식 개선 홍보를 통해 지역
주민을 설득하고 또한 단순한 현재 소각과 열 건조 방식의 동물 장례를 매연 등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냉동 건조 방식과 같은 장례로 바꾸도록 연구 개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동물 장묘시설 갈등.
더 큰 갈등으로 번지지 않기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우정화 기자 jhw01@kbs.co.kr